둘 다 똑같은 말로 시작합니다. "예전 같지 않아."
그런데 하나는 시간이 지나면 돌아오고, 다른 하나는 시간이 지날수록 나빠집니다. 문제는 한가운데 있을 때는 구분이 안 된다는 것입니다. 아래 다섯 가지 기준으로 나눠보세요.
기준 1 — 설레지 않는 건가, 편하지 않은 건가
이게 가장 중요한 구분입니다.
권태기는 설렘이 사라진 상태입니다. 심장이 안 뛰고, 만나기 전에 옷을 고르지 않고, 카톡 알림에 반응이 없습니다. 그런데 같이 있으면 편합니다. 말없이 있어도 어색하지 않습니다.
안 맞는 관계는 다릅니다. 설렘이 없는 건 물론이고 같이 있는 게 불편합니다. 말없이 있으면 어색해서 억지로 말을 만들어냅니다. 헤어지고 집에 오는 길에 숨이 트입니다.
설렘은 어느 관계에서나 줄어듭니다. 그건 문제가 아닙니다. 편안함까지 없다면 그때가 다른 문제입니다.
기준 2 — 싸움의 내용이 매번 다른가, 같은가
권태기의 다툼은 사소하고 매번 다릅니다. 오늘은 설거지, 내일은 답장 속도, 모레는 약속 시간. 내용이 계속 바뀝니다. 그건 진짜 이유가 아니라 뭔가 답답한데 이유를 못 찾아서 아무 데나 걸리는 것입니다.
안 맞는 관계의 다툼은 매번 같은 자리로 돌아옵니다. 소재는 달라도 결국 같은 얘기입니다. "너는 왜 늘 나중에 말해", "너는 왜 항상 네 방식대로 해." 열 번째쯤 되면 서로 대사를 외웁니다.
같은 자리로 돌아온다는 건 그게 기질 차이에서 나온다는 뜻입니다. 기질은 없어지지 않습니다. 다룰 수만 있습니다.
기준 3 — 화해하고 나서 회복이 되나
싸운 다음이 중요합니다.
권태기는 화해하면 원래대로 돌아옵니다. 하루 이틀이면 풀리고, 다음 날 아무렇지 않게 밥을 먹습니다.
안 맞는 관계는 화해해도 바닥이 조금씩 내려갑니다. 표면적으로는 풀렸는데 어딘가 남습니다. 그게 쌓여서 여섯 달쯤 지나면 처음보다 훨씬 아래에 와 있습니다.
확인하는 방법: 작년 이맘때와 비교해보세요. 권태기는 오르내리지만 평균은 비슷합니다. 안 맞는 관계는 평균 자체가 내려가 있습니다.
기준 4 — 상대의 어떤 점이 싫은가
권태기에는 상황이 싫습니다. 매일 똑같은 데이트, 반복되는 대화, 새로울 게 없는 주말.
안 맞는 관계에서는 사람의 성질이 싫습니다. 저 사람이 말하는 방식, 화내는 방식, 결정하는 방식.
구분법이 하나 있습니다. **"이 사람이 다른 사람이었으면 좋겠다"**는 생각이 드는지 보세요. 상황이 지겨운 거라면 "뭔가 새로운 걸 하고 싶다"가 됩니다. 사람이 안 맞는 거라면 "이 사람이 좀 달랐으면"이 됩니다.
후자라면 그건 권태기가 아닙니다.
기준 5 — 잠깐 떨어져 있으면 어떤가
가장 실용적인 시험입니다.
일주일에서 열흘쯤 서로 바쁜 시간을 가져보세요. 일부러 만들 필요도 없이, 그런 시기는 자연히 옵니다.
권태기라면 떨어져 있는 동안 생각이 납니다. 그리고 다시 만났을 때 반갑습니다. 잠깐 쉬었다가 붙으면 회복되는 게 권태기입니다.
안 맞는 관계라면 떨어져 있는 동안 편합니다. 그리고 다시 만나는 날이 다가올수록 마음이 무거워집니다. 이건 쉬어도 회복되지 않습니다. 쉬는 게 더 좋으니까요.
권태기라면 무엇을 하면 되나
권태기 쪽이라면 방법은 생각보다 단순합니다.
- 새로운 걸 같이 한다. 여행이 아니어도 됩니다. 안 가본 동네, 안 해본 운동이면 충분합니다. 뇌는 새로운 자극을 관계에 대한 감정으로 착각합니다
- 각자 시간을 확보한다. 붙어 있는 시간이 너무 많으면 설렘이 생길 틈이 없습니다
- 말로 꺼낸다. 권태기는 서로 말하지 않아서 커집니다. "요즘 좀 심심한 것 같아" 정도로 충분합니다
안 맞는 쪽이라면
이건 노력으로 없앨 수 있는 문제가 아닙니다. 다만 선택지는 두 개가 아니라 세 개입니다.
- 헤어진다
- 다르다는 걸 인정하고 다루는 방식을 정한다
- 아무것도 안 하고 계속 부딪힌다
대부분은 3번에 있습니다. 그리고 3번은 시간이 갈수록 나빠집니다.
2번이 가능한지 알려면 어디서 어긋나는지를 먼저 알아야 합니다. 성격 전부가 안 맞는 커플은 거의 없습니다. 대개는 한두 지점에서 반복적으로 걸립니다. 그 지점이 무엇인지 이름을 붙일 수 있게 되면, 그때부터는 싸움이 아니라 조율이 됩니다.
사주 궁합은 그 지점을 찾는 도구 중 하나입니다. 맞다 안 맞다를 판정하려고 보는 게 아니라, 어디서 왜 걸리는지를 보려고 보는 것입니다.